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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문화

19세기 말~20세기 초 대한제국 궁중 여인의 예복과 생활복 복원기

by 히스토샵 2025. 7. 14.

1. 대한제국기의 여성 궁중 복식 – 전통과 근대가 교차한 시기

1897년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조선은 ‘제국’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고, 궁중 복식 역시 이 시기 독특한 변화를 겪는다. 전통적인 조선 왕조의 규범을 기반으로 하되, 점차 서양 문물이 유입되면서 일부 복식 요소에 근대적 감각이 혼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시기 여성 궁중 복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 예복: 황실 행사, 제례, 외빈 접대 등에서 착용되는 대례복
  • 생활복: 일상적인 궁중 활동 시 착용되는 복식

대한제국의 황후나 황태자빈, 황귀비 등 고위 여성들의 복장은 계급별 엄격한 규범을 따르며, 자수 문양이나 색상, 소재에서 그 위계를 분명히 했다. 또한 이 시기 복식은 사진 자료가 다수 남아 있어, 실증 고증과 재현이 가능한 시기라는 점에서 복원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높다.

19세기 말~20세기 초 대한제국 궁중 여인의 예복과 생활복 복원기


2. 대한제국 여성 예복의 구조와 상징

대표적인 예복은 ‘적의(翟衣)’와 ‘원삼(圓衫)’, ‘황룡포를 착용한 황후 복식’ 등이 있다.

  • 적의(翟衣): 황후가 국빈 행사나 제사에 착용하는 최고급 예복. 봉황 무늬(봉적문) 자수가 새겨지며, 가슴과 등, 소매 등에 구름과 연꽃 문양이 조화롭게 배치된다.
  • 원삼(圓衫): 궁중 여성이 대례 시 착용한 격식 있는 예복. 적의보다는 격이 낮지만, 원삼 역시 고운 색감과 장식이 특징이며 혼례 때에도 착용된다.
  • 황후복: 대한제국기 황후의 복식에는 붉은 적삼과 녹의(綠衣), 황룡포 계통의 외투가 덧입혀졌으며, 머리 장식으로는 쌍족두리나 대침관 등을 착용했다.

예복의 문양은 계급별 차등이 존재했으며, 봉황(봉적), 일월오봉도, 박쥐(복), 학(장수) 등의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자수가 널리 사용되었다.


3. 생활복 – 궁중 여성의 일상복식

궁중 여인의 일상복은 저고리 + 치마 + 장삼 또는 단령 조합이 기본이었고, 계절에 따라 겉옷으로 창의(猖衣), 당의(唐衣), 조끼형 겉옷(배자) 등을 활용하였다.

  • 저고리: 화려한 금사나 은사로 장식된 저고리는 직급에 따라 색상과 길이가 달랐고, 둥근 깃과 좁은 소매, 짧은 기장이 특징이었다.
  • 치마: 다홍색이나 연두색 계열의 색동 치마가 인기 있었으며, 천은 주로 비단을 사용하고, 하단에 무늬나 수를 놓기도 했다.
  • 머리 스타일: 조선 후기와 유사하게 궁중 여인은 장발을 땋아 쪽을 틀고 비녀, 떨잠, 족두리 등의 장신구를 사용했다. 근대화의 영향으로 양장 스타일을 병행한 사례도 있었지만 이는 일반화되지는 않았다.

4. 복원 작업 – 실물 유물과 사진자료에 의한 고증

본 복식 재현 프로젝트는 대한제국기 황귀비의 원삼과 궁녀의 생활복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을 참고하고, 당시 사진 자료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궁중발기> 등을 비교 고증하였다.

  • 원삼 복원: 원삼은 녹색 비단을 사용하고, 가장자리에 붉은색 띠를 둘렀다. 봉황 자수는 금사로 수놓았으며, 소매와 깃의 안단은 흰색 실크로 마감하였다. 내부에는 속적삼과 홍색 치마를 착용.
  • 생활복 복원: 적색 저고리와 청색 치마로 구성된 궁녀복은 단순하지만 세련된 색상 대비를 보여준다. 손목과 깃에는 흰색 선단이 덧대어졌고, 소매통은 좁고 단정했다. 머리 장식은 쪽머리에 비녀 하나만 꽂아 실용성을 반영했다.

5. 착용 체험 – 화려함 속의 엄격함

실제 복원한 대한제국 예복을 착용했을 때 느껴지는 첫 인상은 ‘묵직함’과 ‘엄숙함’이다. 특히 적의의 자수와 색채는 입는 사람조차 고개를 곧게 세우게 할 만큼 위엄 있는 기운을 준다.

반면 생활복은 편안하면서도 절도 있는 실루엣으로, 궁중 여성들의 일상이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치마의 풍성함은 움직임을 우아하게 만들고, 저고리의 짧은 기장은 허리선과 자세를 강조했다.


6. 콘텐츠 활용 가능성과 문화적 가치

  • 박물관 협업 전시 콘텐츠: 실물 복원품과 함께 3D 복원 영상, VR 궁중 체험 등을 연계하여 교육용 전시로 활용 가능
  • 드라마/영화 의상 제작: 대한제국 시기 드라마나 영화에서 고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
  • 복식사 교육 및 유튜브 영상 콘텐츠: ‘대한제국 황후의 옷을 입어봤습니다’ 형식의 콘텐츠 기획 가능
  • 한복 리디자인 기획: 원삼의 소매나 색상 조합을 현대 한복으로 재해석 가능

7. 결론 – 조선의 끝과 근대의 시작을 잇는 복식 유산

대한제국기 여성의 복식은 단지 예쁘고 화려한 옷이 아니라, 전통과 근대, 폐쇄성과 개방성, 신분과 정체성이 교차하는 상징이다.
복식을 통해 우리는 시대의 전환점에서 여성들이 어떤 옷을 입었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복식 재현 콘텐츠는 그 시대 사람들의 삶과 감각을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이다. 특히 대한제국기의 복식은 가장 극적인 시대 변화 속에서 탄생한 문화유산으로, 의복이라는 언어를 통해 시간과 공간을 잇는 힘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