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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문화

조선시대 여성들의 장 담그기와 김장 – 계절의 리듬을 담은 슬로푸드 문화

by 히스토샵 2025. 7. 14.

1. 서두 – 음식을 담는다는 것은 시간을 담는 일

“된장은 집안의 품격이고, 김장은 겨울의 생명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장 담그기’와 ‘김장’은 단순한 가사 노동이 아니었다. 이는 계절을 읽고, 자연을 받아들이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신중한 의례이자 기술이었다. 지금은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사라진 ‘음식과 계절의 대화’를, 조선 여성들은 한 해의 주기로 정성껏 실천해 왔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장 담그기와 김장 – 계절의 리듬을 담은 슬로푸드 문화

 

2. 장 담그기 – 발효와 기다림의 미학

(1) 장 담그는 시기와 준비

조선시대의 된장, 간장, 고추장은 모두 같은 기본 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장 담그기의 핵심은 ‘메주’이고, 메주는 보통 음력 10월~11월에 콩을 삶아 찧고 띄운 후, 다음 해 정월 장 담그기에 사용된다.

  • 메주 띄우기: 찧은 콩을 벽돌 모양으로 만들어 새끼줄로 엮어 고래등 같은 부엌 천장이나 온돌방에 매달아 발효시킨다.
  • 장독 선택: 숨 쉬는 항아리를 사용해 공기 순환과 발효에 유리하게 한다.

(2) 장 담그는 날의 의례

정월에 날을 받아 장을 담그는 날이면 집안 여인들이 모두 모여 깨끗이 목욕재계하고, 장독을 씻고, 조왕신에게 고사를 지낸다. 이는 단순한 음식 조리가 아닌 ‘집안의 복을 기원하는 행사’였다.

  • 소금물 만들기: 천일염을 우려내어 간을 맞춘 뒤, 잘 마른 메주를 장독에 넣고 소금물을 부어준다.
  • 숯과 대추 넣기: 부패 방지 및 길한 기운을 상징하는 숯과 대추를 넣는다.

이후 장은 햇볕과 바람을 받으며 수개월간 숙성된다. 6월경 장을 가르면 된장과 간장이 나뉘고, 고추장 재료를 혼합해 별도로 만든다. 이 과정은 최소 6개월~1년의 기다림이 필요한 자연 발효 슬로푸드의 진수다.


3. 김장 – 겨울 준비의 최대 행사

(1) 김장의 중요성과 준비 과정

조선 후기 기록에 따르면, 양반가든 서민가든 김장은 겨울 생존과 직결되는 일로 인식되었다. 11월~12월 초, 서리가 내리고 배추가 달달해지는 시점에 맞춰 진행되며, 김장은 일가친척과 이웃이 함께하는 공동 노동이었다.

  • 김장 재료: 배추, 무, 고춧가루, 젓갈, 파, 마늘, 생강, 찹쌀풀 등
  • 절임 과정: 굵은소금으로 배추를 절이고, 하루 이상 물기를 뺀다
  • 속 재료 준비: 생새우젓, 멸치젓, 생굴, 무채, 실파 등과 양념을 섞어 속을 만든다

(2) 김장 날의 풍경과 문화

김장 날은 ‘여성들의 전쟁’이자 ‘가족 공동체의 잔치’였다. 새벽부터 절인 배추를 씻고, 속을 넣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이때 만들어지는 **‘겉절이’**는 김장 노동의 보상이며, 수육과 함께 나눠먹는 즉석 밥상은 김장 문화의 정수다.

  • 김장김치 저장: 땅에 묻은 김장독에 저장하거나, 바람이 잘 드는 광 속에 보관
  • 지역별 차이: 함경도는 생선젓을 많이 쓰고, 전라도는 매운 고춧가루와 젓갈을 풍부히 쓴다

4. 조선 여성들의 손맛 – 슬로푸드의 진짜 의미

조선시대 여성들은 장과 김치를 ‘시간과 미생물과 손맛’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장 담그기 기술은 과학적이면서도 직관적이었다.

  • 된장 숙성의 황금 비율: 물, 소금, 메주의 비율은 경험에 의해 결정되었으며, 숙성 중간 맛을 보며 조절
  • 김장김치의 발효 온도 조절: 항아리를 햇빛, 서늘함, 공기 순환을 고려하여 묻거나 올려두는 지혜

이러한 음식문화는 현대 과학이 발견하기도 전, 자연을 존중하고 인간의 감각을 신뢰한 방식이다. 오늘날의 슬로푸드 운동이 외치는 핵심 가치인 **‘로컬, 전통, 발효, 계절성’**을 이미 500년 전에 실천하고 있었다.


5. 재현 콘텐츠로서의 가치

이 장 담그기와 김장 문화를 재현한 콘텐츠는 단순히 전통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다:

  • ① 영상 콘텐츠화
    “조선 여성의 김장 체험기”, “500년 전 된장 만드는 법” 등 유튜브 영상 콘텐츠
    – 슬로푸드와 K-전통음식 콘텐츠를 결합한 기획
    – 시청자 참여형 ‘장독대 프로젝트’ 캠페인
  • ② 체험형 콘텐츠로 활용
    문화센터, 지역 농촌체험, 전통음식학교 등과 연계
    – 전통방식 장 만들기, 김장김치 담그기 클래스
    – 전통 항아리 vs 플라스틱 통 비교 실험 콘텐츠 등
  • ③ 블로그 및 기사 콘텐츠 시리즈화
    • “조선시대 김장 레시피 그대로 따라 해 보기”
    • “궁중장과 서민장 비교 체험기”
    • “100년 장독 항아리의 비밀”

6. 결론 – 시간을 담은 음식, 세대를 잇는 문화

조선시대 여성들의 장 담그기와 김장은 그 자체로 계절을 기록하고, 가족을 지키며, 공동체를 연결하는 문화였다. 한 알의 콩에서 시작된 발효와, 절인 배추에서 시작된 겨울 준비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협업이자, 시간을 담은 지혜의 총체였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에도 콘텐츠로, 교육으로, 미식 문화로 되살릴 수 있다. 조선의 장독대와 김장 날의 풍경은 단순히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지켜야 할 슬로푸드 철학의 근원이자 영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