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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문화

조선시대 여성 저고리와 치마의 구조와 제작 과정

by 히스토샵 2025. 7. 12.

1. 조선시대 저고리의 구조와 디자인 특징

조선시대 여성 복식의 중심에는 단연 저고리가 있다. 저고리는 상의 역할을 하는 기본 의복으로, 신분과 시대에 따라 길이, 소매, 깃 모양 등이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일반적으로 조선 전기에는 저고리 길이가 허리 아래로 길었으나, 후기에는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구조는 몸통을 이루는 '몸판', 앞을 여미는 '깃', 겨드랑이 밑을 보강하는 '겨드랑이거덕', 소매를 구성하는 '소매', 그리고 고름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고름은 두 개의 끈 형태로 저고리를 여미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장식적 요소로도 활용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저고리의 길이가 매우 짧아져, 가슴선 바로 아래까지 오는 형태가 유행하였다. 이는 당시의 미적 기준에 따른 변화로, 상체는 작게, 하체는 풍성하게 보이게 하는 실루엣을 추구했던 문화적 취향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러한 특징은 신분에 따라 더욱 세분화되었는데, 양반 여성은 정갈하고 섬세한 고름과 색상을 사용했고, 서민 여성은 실용성과 활동성을 고려하여 단순한 디자인을 선택했다. 저고리의 색 또한 계절이나 결혼 여부, 상복 착용 유무에 따라 구분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조선시대 여성 저고리와 치마의 구조와 제작 과정

 

 

2. 조선시대 치마의 구성 요소와 착용법

저고리와 함께 조선 여성 복식의 또 다른 핵심은 바로 속칭 치마저고리이다. 전통적인 조선시대 치마는 사폭치마 구조를 기본으로 하며, 앞판과 뒷판이 이어지지 않은 형태로 제작되어 허리끈으로 둘러 입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입고 벗기가 간편하고 활동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여성의 몸선을 자연스럽게 감싸주는 유려한 곡선이 특징이다. 사폭치마는 넓은 천폭을 여러 번 주름잡아 말아 넣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허리끈 부분을 제외한 전면부는 주름 없이 평평하게 두어 격식을 갖춘 형태를 유지했다.

치마는 겉치마와 속치마로 구분된다. 겉치마는 외출용 또는 격식을 갖춘 상황에서 착용하며, 비단·명주·모시 등 고급 직물이 사용되었다. 반면 속치마는 면이나 삼베 등 통기성과 흡습성이 좋은 원단을 주로 사용하여 일상생활에 적합하도록 제작되었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대개 2~4겹 이상의 속치마를 겹쳐 입어 치마 폭을 풍성하게 하였고, 이는 저고리의 짧은 길이와 대비되어 하체를 강조하는 실루엣을 완성시켰다. 치마의 색상은 보통 겉치마가 화려하고 속치마는 연하거나 흰색이었으며, 문양을 통해 신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3. 저고리와 치마의 전통 제작 과정과 바느질 방식

조선시대 의복 제작은 단순한 ‘옷 만들기’가 아니라, 고도의 기술과 정성이 요구되는 전통 바느질 문화였다. 일반적으로 옷은 재단, 시침, 바느질, 다림질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특히 손바느질 중심의 정밀한 기술이 중시되었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어려서부터 '쌈솔', '홑겹', '덧솔' 등의 전통 바느질법을 익히며 가사노동의 중요한 일부로 의복 제작을 수행했다.

저고리의 경우 몸판을 대칭으로 재단한 후, 깃을 정교하게 붙이는 작업이 핵심이다. 깃은 목선을 따라 부드럽게 곡선을 이루며 붙여야 하기에, 바느질의 숙련도가 옷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다. 특히 고름을 달 때에는 좌우 길이와 위치를 정밀하게 맞춰야 균형 잡힌 형태가 나온다. 치마는 넓은 폭의 천을 잡아 주름(주름잡기)을 넣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때 주름의 간격과 깊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더불어 겉치마의 경우 문양 직물을 활용하거나 금박·자수 기법을 더해 장식성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4. 전통 복식의 현대적 가치와 계승 방향

조선시대 여성복의 저고리와 치마는 단순한 옷이 아닌, 그 시대 여성의 삶과 사회문화가 녹아 있는 상징적 유산이다. 오늘날에는 전통 복식을 재해석한 한복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고, 생활한복이나 퓨전한복 형태로도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저고리의 짧은 기장과 고름 장식은 현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요소로, 한복을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통 제작 기법의 단절과 저급화가 우려되는 현실도 있다. 저고리의 곡선 재단, 치마의 사폭 구조, 전통 바느질법 등은 단순히 디자인만 베끼는 것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전통 복식 교육과 전수 활동이 매우 중요하며, 문화재청이나 각종 공방에서도 이러한 전통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조선시대 여성복을 ‘옛날 옷’이 아닌, 삶의 철학과 미의식이 담긴 문화유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의 옷을 오늘날의 삶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통의 계승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