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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문화

봉건시대 일본 여성의 가사 일과를 재현해본 후기

by 히스토샵 2025. 7. 13.

1. 에도시대 여성의 일상 – 유교적 가치와 가사 노동의 일체화

 

일본의 봉건시대, 특히 에도시대(1603–1868)는 사무라이 계급을 중심으로 유교적 가치관이 강화되며 여성의 역할이 명확히 규정된 시기였다. 여성은 ‘가정을 지키는 자’로서, 가사 전반을 책임지는 동시에 가족의 명예를 유지하는 도덕적 주체로 여겨졌다. 이 시기의 여성은 오늘날로 치면 ‘전업주부’에 가까운 역할이지만, 단순한 살림 수준을 넘어 엄격한 시간표에 따라 하루를 운영하며 집안 경영자로서 기능했다.

에도시대 여성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남편과 가족보다 먼저 일어나 불을 피우고, 물을 긷고, 쌀을 씻어 밥을 짓는다. 이후 뜨거운 물로 온돌을 덥히거나 가족의 세면을 돕고, 정해진 시간에 아침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규율’ 그 자체였으며, 가부장적 사회질서 속에서 여성의 도덕성과 성실성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러한 일상은 무사 계급 여성뿐만 아니라, 상인계급이나 농촌 여성들에게도 기본적인 규범으로 작용했다. 특히 도시 상류 여성은 교양교육과 예절, 수예 등의 자기 계발도 병행해야 했기에,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긴장감 넘치고 규범화된 삶이었다.

봉건시대 일본 여성의 가사 일과를 재현해본 후기

 

2. 전통 의상 착용 후 봉건시대 여성 일과 재현 체험

 

필자는 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 봉건시대 복식을 착용한 상태에서 실제 하루 동안의 ‘가사 일과 재현’을 체험하였다. 착용한 복식은 에도 후기 도시 여성의 평상복인 ‘기모노’로, 면직물 소재의 간소한 디자인에 좁은 소매와 허리띠(오비)를 포함한 구성이다. 기모노는 아름답지만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리를 신고 쪼그려 쌀을 씻거나 땔감을 정리하는 등의 작업은 예상보다 훨씬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침 준비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장작불에 솥을 걸고 쌀을 씻고 물을 끓이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요리가 아닌 노동에 가까웠다. 당시 여성들은 종종 구부정한 자세로 쌀을 찧거나 절구질을 하며 하루의 체력을 소진했다. 또한 날마다 동일한 시간에 정해진 순서로 집안일을 해야 하므로, 단 한순간도 ‘즉흥’은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체험 과정에서는 세탁도 재현했다. 손빨래는 물론, 우물에서 물을 퍼 나르거나 개울가에 가서 빨래를 삶는 작업은 육체적으로 매우 고된 일이었다. 에도시대 여성들은 물질적 부족함을 창의적 동선 관리와 손재주로 극복했다. 예를 들어 음식물 보관은 옹기 항아리나 대나무 용기를 활용했고, 재활용 개념이 강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했다.

 

 

3. 가사 외 활동 – 재봉, 자수, 예절 학습

 

봉건시대 일본 여성은 단순히 육체 노동자에 머물지 않았다. 가사 외 시간에는 자수, 옷 수선, 어린 자녀 교육, 가계부 작성 등을 도맡았다. 특히 상류 여성의 경우, 남편의 지위를 반영해 가정의 위신을 세워야 했기 때문에 차 예절(다도), 꽃꽂이(이케바나), 문필 교육 등도 필수적으로 수행했다.

이 부분을 재현하는 데 있어 필자는 복식과 공간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다. 교토식 전통 다다미 방에 앉아 자수를 놓는 시간은 정적인 동시에 집중을 요하는 훈련 같았다. 봉건 여성에게 이러한 교육은 취미가 아닌 ‘도덕 훈련’의 일환으로, 단정한 자세와 말투, 표정을 관리하는 것이 포함되었다. 이처럼 일상 전체가 규범화된 삶이었기에,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4. 봉건시대 여성 일상의 재현을 통해 본 현대적 시사점

 

이번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은, 당시 여성의 삶이 단순히 억압적이거나 희생적인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과 역할 내에서 놀라운 창의성과 독립성을 발휘했다. 특히 한정된 자원 안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은 오늘날 ‘제로 웨이스트’ 생활이나 미니멀 라이프와도 닮아 있다.

또한, 전통 복식이 어떻게 여성의 신체와 움직임을 규정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감각도 얻을 수 있었다. 기모노는 우아하지만 기능성 면에서 불리한 요소가 많다. 이를 통해 복식이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닌, 사회적 통제와 역할 부여의 도구였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5. 콘텐츠 활용 방안과 문화적 가치

 

이러한 복식과 일과 체험 콘텐츠는 교육적·문화적 가치가 높다. 역사 콘텐츠 제작자나 전통문화 교육기관, 박물관 등에서 활용 가능한 자료로 적합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복식사·여성사 콘텐츠 제작자는 해당 체험을 바탕으로 실제 자료화 및 시각적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블로그, 유튜브, 전시 자료 등 다양한 채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전통 가사 노동은 단순히 과거의 불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질서, 공동체, 여성의 주체성을 복원하는 과정이다. 봉건시대 일본 여성의 가사 일과 재현은 시대의 거울로서 오늘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